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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씀드리면 초보자분들이 몇 년을 공부해도 실력이 제자리인 이유는 툴을 몰라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요즘은 유튜브나 AI 덕분에 기술적인 지식은 차가 넘칩니다. 문제는 실무자들이 작업 시작 전 가장 먼저 계산하는 이것을 초보자들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것이 없으면 작업시간은 기약 없이 길어지고 결과물은 매번 아쉬움 속에 멈춥니다. 오늘 영상에서는 실무에서 함께 일하고 싶은 아티스트가 되기엔 핵심 역량 그리고 왜 이 감각이 없으면 아무리 툴을 잘 다뤄도 성장할 수 없는지 그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실무에서 작업하다 보면 이런 말을 정말 자주 듣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아요? 혹은 반대로 왜 여기서 멈추죠? 취업 준비 중이신 분들 입장에서는 이게 이해가 잘 안됩니다. 조금만 더 하면 더 좋아질 것 같은데 왜 굳이 여기서 멈추지? 오늘 영상에서는 실무자들이 왜 대충 괜찮은 결과에 멈추는지 그 이유를 말씀드려보겠습니다. 먼저 하나 짚고 가야 할 게 있습니다. 실무자들이 완성도를 포기해서 멈추는 건 아닙니다. 귀찮아서도 아니고 실력이 부족해서도 아닙니다. 대부분의 경우 더 가는 게 의미 없는 지점에 도달했기 때문에 멈춥니다. 이 차이를 이해 못하면 실무에 들어와서 계속 답답해집니다. 실무에서는 항상 이 세 가지를 동시에 계산합니다. 완성도, 비용, 그리고 일정. 여기서 비용은 곧 나와 내 동료들의 시간입니다. 내가 5% 더 예쁘게 만들려고 비트를 더 쓰면 내 작업을 기다리는 프로그래머, 기획자, 마케터의 시간도 함께 타버립니다. 이 셋 중 하나라도 무너지면 결과물이 아무리 화려해도 그 프로젝트는 실패입니다. 신용생 때는 완성도가 목표였겠지만 실무에서 완성도는 정해진 비용과 일정 내에 달성해야 할 기본 조건일 뿐입니다. 파레토의 법칙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결과물의 80%를 만드는 데는 20%의 노력만 되지만 나머지 20%의 미세한 디테일을 채우는 데는 전체 에너지의 80%가 쓰입니다. 즉 마지막 20% 점수의 구간을 올리는 데는 팀 전체적으로 볼 때 가장 비용이 비싸고 느린 구간이라는 뜻입니다. 이 구간에서 내가 고집을 부리면 회사는 가장 적은 효과를 얻기 위해 가장 큰 비용을 지불하게 됩니다. 점심시간에 사람들이 줄 서있는 대박 국밥 실험을 상상해보세요. 주문은 계속 밀려오는데 사장님이 갑자기 깍두기 접시에 담긴 모양이 마음에 안된다면서 한 접시 깍두기를 하나씩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의 셰프처럼 핀셋으로 다시 다듬고 있다고 쳐보세요 국밥 맛과 모양은 완벽할지 몰라도 밖에서 기다리는 손님들은 하나둘 다 떠날 겁니다 실무는 이 점심시간 국밥집과 같습니다 지금 나가야 할 85점짜리 국밥 10그릇을 절대 내보내는 게 혼자 만족할 100점짜리 한 그릇보다 중요합니다. 실무에서는 완성도를 판단할 때 이런 질문을 합니다. 이 디테일이 화면에서 보이나 클로즈업 잡히나 플레이어가 여기까지 신경 쓸까? 이 질문에 아니다가 나오면 거기서 멈춥니다. 여러분이 영화 속 화려한 건물을 볼 때 그 건물 뒷면에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 하신 적 있나요? 할리우드 세트장을 가보면요. 앞에서 볼 때는 완벽한 유럽궁 대저택이지만 뒤로 돌아가보면 그냥 하판에 각목 몇 개 대놓은 게 전부입니다. 페인트질조차 안 되어 있어요. 왜 그럴까요? 카메라를 거기 찍을 일이 평생 없기 때문입니다. 실무자는 바로 이 세트장 제작자와 같습니다. 관객의 카메라가 어디를 비추는지 정확히 알고 안 보이는 뒷면에 디테일은 과감하게 날려버리는 겁니다. 그게 프로의 계산입니다. 이건 대충 계산하는 게 아니라 의도적으로 안 하는 겁니다. 이 감각이 없으면 실무에서는 이런 일이 생깁니다. 혼자서만 디테일을 계속 파고 있고 일정 감각은 없고 피드백이 와도 왜 문제인지 이해하지 못합니다. 실무는 혼자 잘하는 게 아니라 넘겨받는 구조입니다. 예를 들어 내가 발표 자료를 만든 역할이라고 해보겠습니다. 다음 팀은 이 발표 자료를 받아서 발표 연습을 하고 그걸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합니다. 그런데 내가 디자인이 마음에 안된다는 이유로 자료를 계속 붙잡고 있으면 다음팀은 아무것도 못한 채 그냥 발반 동동 구르겠죠? 자료 하나는 더 예뻐질 수 있겠지만 그 대가로 회의 하나가 통째로 날아가 버립니다. 이럴 때 보통 이런 상황이 벌어집니다. 본인은 열심히 했다고 생각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모두에게 역을 먹게 됩니다. 내가 완성도라는 이름으로 작업을 계속 붙잡고 있으면 나들을 기다리는 뒷공정이 모두 올스톱됩니다. 이게 실무에서 가장 무서운 민폐입니다. 현업자라면 면접 때 이런 질문씩 한번 다 들어보셨을 겁니다. 작업물 완성하는데 얼마나 걸렸어요? 면접가들은 이걸 물어볼까요? 퀄리티가 100점이라도 제작기간이 1년이라면 실무에서는 채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회사가 궁금한 건 당신이 정해진 시간 안에 얼마만큼의 가치를 뽑아낼 수 있는 사람인가 하는 점입니다. 그래서 초보일수록 무기한 작업은 독이 됩니다. 캐릭터 하나를 한 달로 정했다면 80%만 만족스러워도 일단 끝내고 다음으로 가야 됩니다. 하나를 6개월 붙잡는 사람보다 한 달에 하나씩 6개를 맞는 사람이 훨씬 빨리 성장합니다. 반복적인 마감 경험 속에서만 어디까지가 충분한지 어디부터가 과한지를 몸으로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게 평생 80점짜리만 만들다는 뜻이 아닙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그토록 원하는 마지막 20%의 디테일은 수없이 만침표를 찍어본 사람만이 제대로 쓸 수 있습니다. 실력이 없을 때 붙잡고 있는 디테일은 대부분 어디를 고쳐야 할지 몰라 헤매는 삽질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수십번 마감을 쳐보며 기본기가 탄탄해진 뒤에는 다릅니다. 이때부터는 어디를 딱 한군데만 만지면 전체 퀄리티가 확 살아나는지 아는 눈과 손이 생깁니다. 초보자가 10시간 걸려도 못할 표현을 고수는 단 30분만에 끝내는 효율이 여기서 나옵니다. 즉 내가 쌓아온 마감의 데이터가 충분할 때 비로소 마지막 20%를 올리는 시간이 양비가 아닌 필살기가 되는 겁니다. 정리하겠습니다. 실무자는 잘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멈춰야 할 지점을 정확히 판단하는 사람입니다. 지금 여러분의 포트폴리오가 끝이 나지 않다면 그건 완벽주의가 아니라 어쩌면 마감이라는 기준이 없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오늘 내용이 와 닿았다면 지금 작업 중인 파일에 스스로 데드라인을 한번 정해보세요. 부족하더라도 마침표를 찍어본 그 경험이 훗날 여러분을 가장 빠르고 정교한 아티스트로 만들어줄 겁니다.